국화는 지극히 많은 종류가 있어서 비록 다 셀 수도 없지만, 반드시 황색을 바른 색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 이르기를, ‘오색 중에 가장 귀하며, 온갖 꽃들이 진 뒤에도 홀로 존귀하다.’라고 하였다. 일전에 최 추부(樞府)의 댁에 방문했을 때 뒷마당에 노란 꽃이 아주 무성하여 금색이 눈길을 끌었다. 공께서 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공을 붙들고 번거롭게 한 수 지어 달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이미 늦었으니 다른 날을 다시 잡아봅시다.’

라고 하였다.

술을 몇 잔 하고 나왔는데, 문득 말 위에서 장구(長句)를 지었기에 장차 이를 헌상하려 하였으니,

‘한(漢)나라 땅에서 상서로운 고니가 처음 날개를 털며 날아오른 듯 하고,

낙비(洛妃)가 돌아갈 때 먼지가 버선발 위에 일어나는 듯하네,

신선 같은 품격은 늙어도 시들지 않음을 알겠으니,

쓸쓸한 가을바람이 꽃 안에 드네,

남은 아름다움은 봄날을 되돌려 놓은 듯하니,

시인이 보고 기뻐하며 한 가지 잘라,

금 술잔에 둥둥 띄워 훗날을 기약하네,

공의 댁에서는 얼음서리 찬바람도 두렵지 않겠지.’

라고 하였다.

 

파한집(破閑集) 권상(卷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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