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집 제7권 / 서(序)
〈보도〉 서문〔譜圖序〕
무엇을 보도(譜圖)라 일컫는가? 내가 나온 바를 계도(系圖)로 만들어 책에 그린 것이다. 어째서 보(譜)라고 말하는가? 보(譜)라는 것은 ‘두루 미친다〔普〕’는 뜻이니, 효제(孝悌)의 도가 보(譜)로 말미암아 두루 미치게 된다. 효제의 도를 두루 미치게 하려면 응당 어찌해야 하는가? 사람의 삶은 근본에서 비롯되지 않음이 없으니, 나무에 뿌리가 있고 물에 근원이 있어 근원이 깊으면 물의 흐름이 길고 뿌리가 튼튼하면 잎이 무성한 것과 같아서 거슬러 올라가면 먼 역사〔疏仡〕를 징험할 수 있다.
문헌이 누락되고 중간에 일실되어 전해지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성인이 이를 걱정하여 보법(譜法)을 저술하였으니, 시초는 《주관(周官)》 〈소종백(小宗伯)〉에서 비롯되어 선왕께서 근본을 중시하고 먼 조상을 추모하던 가르침을 담았다. 이로써 소목(昭穆)을 연결시키고 이로써 친소(親疎)를 분별하니, 백세가 하루와 같고 수 천, 수 만 명이 한 사람의 몸과 같아졌다. 그러므로 “종법(宗法)과 치법(治法)법은 서로 씨실과 날실이 되어 버려지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그 베풂이 두루 미치지 않겠는가!
보(譜)는 종족을 합하여 만드는 것인데 이 보(譜)에서는 어찌 내가 나온 바만을 언급하였는가? 번잡함을 없애고 간략함으로 나아가려 해서이고, 또한 이는 내가 독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 선조의 형제들을 열거하였는가? 말미암아 갈라진 바를 밝히고자 한 것이니, 큰 줄거리를 들면 작은 항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글을 지어 뒤에 붙인 것은 어째서인가? 선조의 공덕을 서술하여 후세에 알리려는
것이니, 태사(太史)의 서문과 구양수(歐陽脩)의 역사서를 본뜬 것이다. 불후(不朽)의 바탕은 입덕(立德)과 입공(立功)이니, 공덕이 없으면 어찌 족보를 숭상하겠는가? 방손지(方遜志)가 “군자의 덕을 지니고 있으면서 봉록과 지위가 없으면 그 종족은 쇠락했더라도 번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봉록과 지위가 영광스러워도 군자라는 명망이 없으면 그 종족은 비록 번성했다 해도 쇠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였다.
우리 한씨는 태위(太尉) 이래로 거의 구백 여 년이 지났는데 보첩(譜牒)이 자세하게 갖춰져 있다.
종가(宗家)와 방계(傍系)가 번성하고 이름이 드러난 자가 이어졌으며 기상(旂常 왕과 제후의 깃발)과 간책(簡冊 역사책)에 새겨져 명성과 업적이 대대로 전한다. 세상에서 명문세가라 추앙하는 것이 어찌 다만 현달한 관직 때문이랴. 이름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이 마땅히 서로 힘써 누가 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이름난 사람에 있는 것이지, 현달한 관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삼가 이 글은 쓴다.
상당씨(上黨氏)에게 족보가 있은 지 오래되었는데, 널리 찾고 정밀히 모아 거짓은 물리치고 믿을 만하는 것은 남겼다. 크게는 성씨로 합하고 작게는 파(波)로 구별하였으니 자세하면서도 구비가 되어 있다. 어찌하여 사사로이 족보를 세우는가? 이 보(譜)는 이미 중첩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또 독단하면서 간략하게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중첩하여 이에 번잡스러워졌고 독단하여 이에 외람되었으며 간략하여 이에 갖추지 못했으니 어째서인가? 족보는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 많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니 중첩되는 것이 어찌 해가 되겠는가. 이미 중첩되었으니 지나칠까 두렵고, 또 번잡하고 광범위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단지 내가 나온 바를 상세히 하는 것이니, 독단하는 것이 어찌 해가 되겠는가? 큰 수레는 멀리 이를 수 없고 가벼운 보물이 오래도록 전하는데 더욱 유리한데, 이 보(譜)는 후세에 오래 보존하려는 것이니
어찌 간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에 서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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