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시고 제25권

 

용부(庸夫)가 자기 집에 편액(扁額)을 붙이려면서 그 이름을 나에게 물으므로, 내가 말하기를 “선생은 성(城) 동쪽에 사는데, 정원(庭院)이 깊고도 그윽하고 구학(丘壑) 또한 사랑스러우니, 청컨대 ‘동고(東皐)’라고 해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용부가 되었다고 말하므로, 이에 시(詩)로써 그 의미를 기록하는 바이다.

 

동쪽 언덕을 그 옛날 연명이 올랐었으니 / 東皐昔有淵明登

세속 초월한 높은 풍도 어이 그리 늠름한고 / 高風絶塵何稜稜

오두미에 허리 안 굽히려 문득 사직하고 / 折腰五斗便掛冠

홀로 긴 휘파람 부니 천지가 광활했었네 / 獨舒長嘯天地寬

용부 선생은 바로 나의 동년이거니와 / 庸夫先生我同年

정강하고 일에 익숙함이 군현에 뛰어나는데 / 精??練超?賢

성 동쪽의 저택이 산 중턱에 의지해 있어 / 城東庭宇倚翠微

한 언덕 한 구렁이 병풍처럼 에워쌌는지라 / 一丘一壑如屛圍

동고에서 서쪽 바라보면 생각은 그리우련만 / 東皐西望思依依

아득히 선왕은 이미 용 타고 승선했으니 / ?渺鼎湖龍已飛

바라봐도 볼 수 없이 석양만 비출 게고 / 望之不及空落暉

광암사 비석은 연기 아지랑이에 묻혔으리 / 光巖碑石埋煙?

늘그막에 어김없이 천명을 즐기거니 / 桑楡?景樂無違

내가 이 사람이 아니면 누구와 함께하랴 / 吾非斯人誰與歸

 

[주]동쪽 …… 부니 : 연명(淵明)은 도잠(陶潛)의 자이다. 도잠이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으로 있을 때, 군(郡)의 독우(督郵)가 팽택현을 순시차 나오게 되어, 현리(縣吏)가 도잠에게 의관(衣冠)을 갖추고 독우를 뵈어야 한다고 하자, 도잠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나는 오두미(五斗米) 때문에 허리를 굽혀서 향리(鄕里)의 소인(小人)을 섬길 수 없다.” 하고는, 당장 사직하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어서 자기의 뜻을 부쳤었는데, 그 〈귀거래사〉에 “동쪽 언덕에 올라서는 휘파람을 길이 불고, 맑은 시냇물을 임해서는 시를 지으리라.[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용부(庸夫) 선생은 …… 동년(同年)이거니와 : 용부 선생은 곧 자가 용부인 권중화(權仲和)를 높여 일컬은 말인데, 동년이라고 한 것은 그가 공민왕 2년 문과(文科)에 목은과 함께 급제했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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