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집 제3권
지씨의 임정 연회에서 읊다〔池氏林亭燕集〕
나의 객사 가까운 곳에서 초대해 주어 旅次招要近
드높은 귤사에 올라와 보니 登臨橘榭高
서늘한 솔바람은 오암에 불어오고 松颸爽烏匼
대숲에 새 나온 햇살은 백발을 비춰 주네 竹日照霜毛
온화한 담소에 공연히 주미를 휘두르고 話軟空揮麈
거나한 뒤에 지게미를 깔고 누우려 하네 / 酣餘欲藉糟
즐거웠다가 또한 처량도 하여라 懽娛亦蕭瑟
탕한의 운수를 거듭 만났기 때문일세 湯旱運重遭
池氏의 임정(林亭)이 저자의 우거(寓居)한 곳과 가깝기 때문에 한 말이다. 지씨는 지진손(池進孫)으로, 그의 집에는 대사(臺榭)가 있고 유자(柚子)나무도 세 그루가 있었다고 한다. 《穌齋集卷3 池進孫送柚子……》
오암(烏匼) : 옛날에 은자(隱者)가 썼던 오각건(烏角巾)의 별칭이다. 두보(杜甫)의 〈칠월삼일……희정원이십일조장(七月三日……戲呈元二十一曹長)〉 시에 “저녁 바람이 오암에 서늘하게 불어오니, 꺾이었던 근력이 소생되누나.[晩風爽烏匼, 筋力蘇摧折.]”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5》
온화한 …… 휘두르고 : 주미(麈尾)는 고라니의 꼬리털로 만든 먼지떨이를 말하는데, 옛날에는 청담(淸談)하던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가졌고, 후세에는 불도(佛徒)들도 이것을 많이 가져서 설법(說法)할 때에 흔히 사용했다고 한다거나한 …… 하네 :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한 사람인 유령(劉伶)의 〈주덕송(酒德頌)〉에 “누룩을 베개 삼아 베고 술지게미를 깔고 눕는다.[枕麴藉糟]”라는 말이 있다. 탕한(湯旱) : 은(殷)나라 탕왕(湯王) 때에 7년 동안 큰 가뭄이 들었던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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