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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明沙)와 해당(海棠) -이유원의 임하필기
외금강(外金剛)을 거쳐서 바다를 따라 올라가노라면 모두 명사를 밟고 다니게 되는데 이르는 곳마다
해당이 모래 속에 나 있다. 바람이 불면 보이지 않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또렷하게
보이는 앳된 꽃들이 혹은 3, 4리에 걸쳐 이어지기도 하고 혹은 10리를 가야 끝나기도 하니, 그야말로
기이한 구경거리이다. 관북(關北)과 해서(海西)에 모두 사당(沙棠)이 있는데, 아마 당(棠)의 성질이 바닷
가의 모래밭에 잘 자라기 때문에 해당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남쪽 바닷가의 모래밭에 이러한 종자가
있다는 것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
향기가 있는 해당화(海棠花) -임하필기
창주(昌州)의 해당화만이 유독 향기가 있다. 왕우칭(王禹偁)의 시에, “손수 뜰에 꽃을 심으니 정원에 향
기 가득하네.[手植庭花滿院香]”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 품종이 없으니 한번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
다. 자장미(紫薔薇)를 해당이라고 하며 향기가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 사람들은 해당화를 꽃 중의 신선[花中神仙]이라 했다. 《거가필용》
송(宋)나라 증단백(曾端伯)의 화중십우(花中十友)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난(蘭)은 방우(芳友), 매(梅)는
청우(清友), 납매(臘梅)는 기우(奇友), 서향(瑞香)은 수우(殊友), 연(蓮)은 정우(淨友), 담복(薝蔔)은 선우(禪
友), 국(菊)은 가우(佳友), 암계(巖桂)는 선우(仙友), 해당(海棠)은 명우(名友),도미(荼䕷)는 운우(韻友)이다.
《花木鳥獸集類 卷上 花》
백사정(白沙汀) -학봉 김성일
흰 모래에 푸르른 산 붉게 핀 해당화 / 白沙靑嶂海棠紅
이 경치는 조물주가 솜씨 부려 만든 거네 / 此弄元因造化工
비로봉 산꼭대기 오래 앉아 있노라니 / 宴坐毗盧峯上久
몸이 십주 가운데에 떨어진 듯 황홀하네 / 恍疑身落十洲中
[주-D001] 십주(十洲)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들이 산다고 하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조주(祖洲),
영주(瀛洲), 현주(玄洲), 염주(炎洲), 장주(長洲), 원주(元洲), 유주(流洲), 생주(生洲), 봉린주(鳳麟洲), 취굴
주(聚窟洲) 등 열 개의 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海內十洲記》
해당화〔海棠〕 -근재 안축
해당화 피어 있는 백사장 둑에 / 海棠花發白沙堤
붉은 꽃 어지러이 말발굽에 묻혔네 / 紅艶紛紛沒馬蹄
이때 다시 육칠 리 길 가는데 / 時復行間六七里
문득 가지 위의 자고새 소리 들리네 / 忽聞枝上鷓鴣啼
관동별곡〔關東別曲〕 중에서 -근재 안축
삼한의 예의, 천고의 풍류, 임영의 옛 읍 / 三韓禮義 千古風流 臨瀛古邑
경포대, 한송정, 밝은 달과 맑은 바람 / 鏡浦臺 寒松亭 明月淸風
해당화 핀 길, 연꽃 뜬 못, 봄가을 좋은 철에 / 海棠路 菡萏池 春秋佳節
아, 노닐며 완상하는 광경 어떠한가! / 爲 遊賞景何如爲尼伊古
등명루 위에서 오경 종 친 뒤 / 燈明樓上 五更鍾後
아, 해 뜨는 광경 어떠한가! / 爲 日出景幾何如
해당(海棠) -이규보
깊은 잠에 축 늘어진 해당화여 / 海棠眠重困欹垂
양 귀비 술 취한 때와 흡사하구나 / 恰似楊妃被酒時
꾀꼬리 소리에 꿈 깨어 / 賴有黃鶯呼破夢
다시 미소 지으며 교태 부리누나 / 更含微笑帶嬌癡
천원(天院) 백비화(白賁華)의 집에서 백낙천(白樂天)의 시운에 차하여 해당화(海棠花)를 읊다 이수재(李
秀才)도 함께 지었다. -이규보
선생의 가꿔준 심정 아는 듯 / 似識先生用意栽
짐짓 좋은 절후 맞추어 활짝 피었네 / 故應恰恰趁時開
요염한 공비 임춘각에 모신 듯하고 / 龔妃嬌侍臨春閣
무산(巫山)의 신녀(神女) 양대(陽臺)에 내린 듯하구나 / 楚女閑過夢雨臺
햇빛에 비치어 술 취한 듯 얼굴이 붉고 / 映日醺酡顔更爛
수줍은 듯 수풀에 가려 웃음을 띠었네 / 隔林羞澁笑猶廻
잠깐 피었다 지는 꽃 꿈결 같기에 / 浮紅一餉終如夢
내일 아침 다시 술 싣고 오기로 기약했네 / 更約明朝把酒來
[주-D001] 임춘각(臨春閣) : 진 후주(陳後主) 지덕(至德) 2년에 광소각(光昭閣) 앞에 결기(結綺)ㆍ임춘(臨
春)ㆍ망선(望仙)의 세 누각(樓閣)을 세웠는데, 모두 침단향목(沈檀香木)으로 구조(構造)하였고 금은 보옥
으로 장식하였으며, 기화요초(奇花瑤草)를 심어 사치를 다하였다. 후주(後主)는 임춘각에 거처하고 장
귀비(張貴妃)는 결기각에 거처하였으며, 공(龔)ㆍ공(孔) 두 귀빈(貴嬪)은 망선각에 거처하였다. 《南史 張
貴妃傳》
[주-D002] 무산(巫山)의 신녀(神女) : 초 회왕(楚懷王)이 일찍이 고당(高唐)에 유람할 적에 꿈에 한 부인
이 찾아와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신녀인데 그대가 고당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침석에 모시고자 왔습
니다.” 하였다. 왕이 그의 소원대로 시침(侍寢)하도록 하였더니, 돌아가면서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남
쪽 고구(高丘)의 정상(頂上)에 있는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 저녁마다 양대
(陽臺)의 아래에 내리겠습니다.” 하였다. 《宋玉 高唐賦》
해당화〔海棠〕 -삼탄 이승소
담에 기대 넘실대며 꽃이 피려 하는 때라 / 倚墻脈脈欲開時
비 온 틈에 연지 빌려 묘한 자태 터트리네 / 雨借燕脂發妙姿
얼마간의 이 풍류를 누가 모두 누리는가 / 多少風流誰管領
주인 응당 회진시를 지어 읊을 것이리라 / 主人應賦會眞詩
강릉 존무사로 나가는 백 상시 문보 를 보내며〔送白常侍存撫江陵 文寶〕
-급암 민사평
해당화 붉은 꽃비 자고새의 하늘 / 玫瑰紅雨鷓鴣天
소쇄한 행장은 지상의 신선일세 / 蕭洒行裝地上仙
말 머리 앞 미녀 웃음을 보내는데 / 馬首嬋娟供一咲
봄바람 부는 어느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맺을까 / 春風幾處好因緣
관동 땅이 비록 아름다운 강산이나 / 關東雖是好江山
어찌 임기 끝나기를 기다려 금의환향할까 / 豈待苽期衣錦還
미녀가 옥젓가락을 놓는 것을 보리니 / 應見佳人垂玉筯
해당화도 그대와의 이별을 싫어할 듯 / 海棠也似別君難
[주] 백 상시(白常侍) : 백문보(白文寶)를 가리킨다.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 우산기상시(右散騎常侍)를
통틀어 산기상시(散騎常侍)라 하고 약칭으로 상시라 한다. 상시는 고려 시대에 내사문하성에 속한 정3
품 낭사 벼슬로 목종 때 두었으며, 뒤에 좌상시, 우상시 등으로 몇 차례 이름을 고쳤다.
산촌(山村)의 해당화(海棠花) -오정석(吳廷碩)
누구를 위하여 얼굴을 곱게 단장했나 / 誰適爲容飾好粧
촌사람들 고고한 미를 완상할 줄 모르거니 / 村夫未解賞孤芳
두 공부는 어찌 끝내 읊지 않았던가 / 可堪工部終無詠
창주만이 유독 향기 있는 것 아닌 것을/ 不是昌州獨有香
쓸쓸한 별궁에 구슬피 갇혀 있는 진후인가/ 陳后幽悲離館寂
가없는 변방으로 멀리 출가하는 왕소군인가 / 王嬙遠嫁塞天長
근심어린 내와 처량한 안개 속에도 교태가 많아 / 愁煙慘霧多嬌態
지나는 사람들 몇 번이나 애를 끊었나니 / 空使行人幾斷腸
[주-D001] 두공부(杜工部) : 당 나라 시인(詩人) 두보(杜甫)의 벼슬이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었으므
로, 세칭 ‘두공부’라 하였다. 시(詩)에 온갖 화목(花木)을 읊었으나 집중(集中)에 해당시(海棠詩)만이 없
다
.[주-D002] 창주(昌州)만이 유독 …… 아닌 것을 : 해당화(海棠花)가 향기가 없는데, 오직 창주(昌州)의
해당화는 향기가 있다 한다.
[주-D003] 쓸쓸한 별궁(別宮)에 …… 진후(陳后)인가 : 한 무제(漢武帝)의 비(妃) 진황후인데, 무제의 사랑
을 잃어 장문궁(長門宮)에 별거하였다.
유태재(寄柳泰齋) -김구경(金久冏)
그대는 남쪽 가에, 나는 북쪽 가에 / 君在南邊我北邊
옛날 함께 놀던 일이 꿈에도 선하네 그려 / 昔年同戲夢依然
눈물은 오랜 이별에 은하수 되어 떨어지듯 / 淚因別久成河落
맘은 깊은 시름에 장작불을 지피는 듯 / 心爲愁深貯火燃
따스한 노래에 해당화가 비단보다 더 붉고 / 沙暖海棠紅勝錦
갠 날에 강 버들은 연기마냥 푸르네 / 日晴江柳綠如煙
언제 우리 손 잡고 멋지게 만나볼까 / 何時握手成佳會
두 지방에서 서로 생각 길이 2천 리 / 兩地相思路二千
영해당(詠海棠) -성삼문(成三問)
자고(子固)는시를 못 지었다 / 子固不能詩
못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랴 / 不能亦何傷
나는 사랑하네, 유중영(柳中郢)이 / 我愛柳仲郢
옷에 훈향을 즐기지 않음을 / 衣不喜薰香
[주-D001] 자고(子固) : 송 나라 팽연재(彭淵材)가 말하기를, “오한(五恨)이 있는데, 첫째는 시어(鰣魚)가
뼈가 많은 것, 둘째는 금귤(金橘)이 너무 신[酸] 것, 셋째는 순채(蓴菜)가 성질이 냉(冷)한 것, 넷째는 해
당화(海棠花)가 향기가 없는 것, 다섯째는 증자고(曾子固)가 시(詩)에 능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冷
涼夜話》
[주-D002] 유중영(柳仲郢) : 당 나라 사람. 그는 검소하여 평생에 의복에 향(香)을 풍기지 아니하였다.
해당화가 향기가 없으므로 이렇게 쓴 것이다.
해당(海棠) -매호 진화(陳澕)
술기운이 살짝 옥불에 오르며 / 酒暈微微點玉腮
그윽한 향기 수풀 너머 사람을 뒤흔드나니 / 暗香搖蕩隔林人
붉은 살구꽃이나 자주빛 복숭아꽃은 먼 운치가 없는데 / 紅杏紫桃無遠韻
오직 이 한 가지가 상원의 봄을 완전히 차지하네 / 一枝都占上園春
바람이 가벼우매 연지가 눈처럼 떨어지지 않고 / 風輕不用燕脂雪
달이 차매 가만히 옥로의 향기에 놀라겠네 / 月冷潛驚玉露香
별전에 새벽은 차고 연기는 희맑은데 / 別殿曉寒煙淡淡
두어 가지 조는 듯 새 단장을 곱게 하였네 / 數枝和睡靚新粧
관동으로 유람가는 사람에게 (送人游關東) -이견간(李堅幹)
한 깃발의 행색이 관동으로 떠나니 / 一麾行色到關東
한식에 한창 무르익은 2월의 바람일세 / 寒食將闌二月風
이번 걸음 말머리에서 응당 시를 얻으리니 / 此去馬頭應得句
자고의 소리는 멀고 해당화는 붉겠구나 / 鷓鴣聲遠海棠紅
수복주기영해이부사숙기(守福州寄寧海李府使叔琪) -채우(蔡禑)
해당화는 흰 모래 물가에 붉은 점들을 찍었으리니 / 海棠紅點白沙洲
생각컨대 문장 태수는 거기 노닐 것이다 / 想見文章太守遊
산과 물로는 영가도 아마 여기에 밑 가지 않으리니 / 山水永嘉應不下
어찌하면 내왕하여 풍류를 한 번 겨누어 볼꼬 / 若爲來往校風流
[주-D001] 영가(永嘉) : 복주(福州)ㆍ영가(永嘉)는 모두 안동(安東)의 고호(古號)이다.
철관 도중(鐵關途中) -변중량(卞仲良)
철관성 밑의 길은 먼데 / 鐡關城下路岐賖
눈에 가득한 물결에 해마저 기우나니 / 滿目煙波日又斜
남으로 가고 북으로 오는 동안 봄도 다하려 하여 / 南去北來春欲盡
말 머리에 해당화가 간 곳마다 피었네 / 馬頭開遍海棠花
통주 도중(通州途中) -정전(鄭悛)
소나무 사이 바위등성이 비늘처럼 겹쳐서 높았다 낮았다 / 松磴排鱗高復低
만 리의 푸른 물결은 아득하기도 하여라 / 蒼波萬里入冥迷
곳곳의 해당화는 돌아가는 말고삐를 멈추게 하고 / 海棠處處停歸轡
고은 꽃송이 말발굽에 밟히는 것 아까와라 / 爲惜繁英襯馬蹄
궁사(宮詞) -성간(成侃)
어둑한 주렴과 장막으로 제비는 번갈아 나는데 / 陰陰簾幕燕交飛
햇빛이 맑은 창을 비치도록 자고 더디 일어나네 / 日射晴窓睡起遲
급히 어린 계집종 불러 세숫물 바치게 한 뒤 / 急喚小娃供頮水
해당화 꽃 밑에서 봄 옷을 입어 보네 / 海棠花下試春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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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明沙)와 해당(海棠) | 관리자 | 2023.10.04 | 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