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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리에 나그네 되어 자는데 그때가 칠월 초가을이라.
전쟁이 일어나 난리의 참화를 당하고 벼와 콩도 바짝 말라 근심스럽다.
바다에 달이 뜨고 벌레소리 그쳤는데 산바람이 이슬 기운을 거두는구나.
백제 옛 땅의 안위가 위태로운데 온갖 걱정으로 새벽 누각에 기대섰다.
旅宿三村里 時當七月秋 干戈亂離禍 稻豆?乾憂 海月?吟盡 山風露氣收
安危古百濟 萬慮倚晨樓 (蘇齋集 卷4)
이 시는 1555년 7월 16일에 지은 오언율시로 우(尤)운인데
을묘왜변에 왜구를 피해 옮겨 다닐 때 쓴 ‘피구록(避寇錄)’에 포함되어 있다.
‘십육일에 맑고 특별히 조용했는데 저녁에 사창에 닿았다.(十六日 晴別靜 夕到社倉)’라고 제목 뒤에 주
를 달아 놓았다.
전쟁과 가뭄에 시달리는 민중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심정을 드러내었다.
수련은 상황의 소개로 칠월 열엿새 초가을에 순창의 삼촌리 사창에 머물게 된 것을 말한다.
그는 왜구의 약탈을 피해서 유배지 진도를 떠나 5월13일에서 7월 19일까지 목포, 무안, 함평, 나주, 광
주, 담양, 순창, 영암 등지를 옮겨 다닌 후 왜구가 뜸해지자 진도로 돌아왔다.
함련은 전쟁의 참화와 가뭄의 고통이다. 왜구가 침략하여 민중이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데 게다가 가뭄까
지 들어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걱정이다.
경련은 감정을 직서하지 않고 풍경을 묘사했는데, 이를 통하여 민중의 고통을 암시하고자 한 것이다. 바
다에 달이 떠올랐지만 들판에는 왜구의 약탈과 가뭄으로 벌레조차 먹을 게 없어 그 소리가 그쳤고 산바
람은 한 방울의 이슬 기운마저 말린다고 하여 민중의 피가 마르는 고통을 함축하고 있다.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경련 출구를 ‘서정과 경치를 그려내는 것이 신의 경지에 들었다.(情景入神)’라고
탄복하였다. 미련은 자신의 심정과 행위의 나열이다.
왜구와 가뭄으로 백제의 옛 땅인 전라도가 온통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는데, 자신은 이것을 보고 겪으면
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임을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유배생활에서 체험한 민중의 고난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學有正不正 儒眞不眞 入耳出口 無關躬行非學也 言與行違 務拘時俗非儒也
학문에는 옳고 그름이 있고, 선비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
귀로 들어가 입으로 나올 뿐 실천과 관계가 없다면 학문이 아니요.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시속에 따르기에 힘쓴다면 선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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