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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왕각 서2

관리자 2023.10.04 15:30 조회 수 : 25

등왕각 서2

한나라의 賈誼는, 한때 참소를 입어 長沙로 쫒긴몸이 되었으나,그의 제주를 아낀 文帝가 다시 불러 宣室 궁전에서 봉사하였다고 한다. 나 왕발은 찬자가 계신 궁궐문의 문지기를 난나려 해도 이룰 수 없으니,어느 세월에 가의 처럼 죄가 풀리어 천자를 받들어 모실 것인가.

아,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천명조차 어긋남이 많구나.

前漢의 풍당은 늙기도 쉬이 늙어 아흔 살이 되도록 낭관에 머물렀고, 李廣은 文帝때 흉노를 70여차례나쳐 큰 공을 쌓았지만, 끝내 제후로 봉해받지 못했다.가의 는 賢才로 알려진 사람이나,참소를 당해 장사로 귀양가는 욕을 당했는데,그것은,그 시대에 덕 있는성군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또, 魏나라의 양흥은 武帝에게 중용되었다가 간신들의 참소를 만나 北海의 양곡으로 유배되었는데, 그것은 어찌 밝은 세상이 다하여 그랬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 왕발이 굳게 믿는 것은, 군자는 빈천을 걱정하지 않고,도리에 통달한 사람은 천명을 알아 괴로와하지않는다는 것이다.

무릇,사람은 늙으면 志力이 쇠해지는 까닭에 늙을수록 뜻을 굳게 가져야 하며, 백발이 되어서도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백성들을 위해 은택을 베풀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또, 곤궁해지면 마음이 바뀌기 쉬우나 곤궁해질수록 더욱 지조를 굳게 해야 하고,언제나 천하에 이름을 빛내겠다는 청운의 뜻을 버려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廣州땅 貪泉의 샘물을 마시면 탐욕이 생긴다고 하지만, 자신의 마음만 곧고 결백하다면 그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낄 것이다.수레가 지난 뒤 그 바퀴 자국에 괸 물 속에서 할딱거리는 붕어처럼, 지금 우리 父子가 처한 상황은 절박하지만, 우리 부자는 오히려 시름을 잊고 즐거워한다.

鵬이 바람을 일으켜 멀고 먼 북쪽 바다까지 가듯, 나도 높은 뜻을 품고 높이 날아 오르면, 천자 계신 장안이 비록 까막득히 멀다고 하나 능히 갈 수 있으리.

나는, 인생의 해 돋는 때인 소년기를 죄를 입은 채 헛되이 흘러보냈지만, 인생의 해 지는 때인 노년기는 아직도 저 앞에 멀었으니, 큰 뜻을 이루기에 조금도 늦지 않았다.

後漢의 孟嘗은,성품이 고결하고 治績 또한 높았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오로지 報國의 뜻을 안고 죽어 갔고, 죽림의 한사람인 晋의 완적은,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음을 비관하여 홀로 숲속에 들어가 한바탕 통곡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하는데,내 어찌, 맹상이 가졌던 보국의 뜻을 버리고, 완적의 그 해괴한 짓을 본뜰 것인가.

발은,3척의 작고 보잘것없는 몸에, 한낱 글공부하는 서생에 지나지 않는다. 漢의 終軍은, 약관에, 방자한 南越王을 묶어 계하에 끓리겠다고 武帝께 영을 내려 달라 청했다고 하는데, 나 왕발은, 나이도 품은 뜻도 종군과 다를 바 없건만, 죄를 입은 몸이라 纓을 청할 길이 없다.

후한의 班超는 異國에 나아가 공을 세워 제후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홀연히 붓을 던지고 일어서더니,마침내 西域의 60여국을 정벌하여 定遠侯에 封해졌고, 또, 어릴 때 ,長風을 타고서 만리 밖의 어지러운 물

결을 잠재우겠다던 宋의 宗慤은,과연 그의 뜻대로 林邑國을 정벌하여 조양후에 封해졌으니, 오늘의 나

로서는 참으로 느꺼운 바가 많다.

이제 나는 簪..笏등 벼슬아치의 예복을 미련없이 버리고, 만리 밖 교지에 계신 아버님 곁으로 가, 아버님

의 잠자리를 보살피며 자식된 도리를 다랄 생각뿐이다.

나 왕발은, 비록 謝氏문중의 寶樹라고 할 만한 賢才는 아니지만, 孟母가 자식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웃을 가려 옮기듯, 종은 이웃만을 가려 사귀리. 또, 앞으로 멀리 交趾에 계신 아버님 곁으로 가면, 공자의아들 鯉가 뜰에 계신 아버님 앞을 조심스럽게 종종걸음으로 지나다 거기서 가르침을 받고 그에 따르듯, 나도 그렇게 아버님의 가르치심을 받들어 모시리.

나는 오늘, 의관을 갖추고, 이 큰 잔치에 참석하여 주인 염공을 만나빕게 되니,염공은 다름아닌 용문이요 나는 용문에 오른 잉어라, 영광스럽고 기쁜 마음 한량없다.

漢의 武帝가 사마상여의(子虛之賦)를 읽고 감탄하여 상여를 그리워하자, 무제를 모시던 양득의가 상여를 추천하였다 하는데, 나는 이제까지 양득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부질없이 상여의(凌雲之賦)를 읊조리며 자신의 불우함을 애석히 여겨 왔을 뿐이다.

그런에 나는 오늘,였날 伯牙의 琴 소리를 듣고 그 마음까지 알았던 종자기와 같은 知音의 주인 염공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백아가 금의 소리로 子期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처럼, 나는 이 등왕각서를 지어 나의 마음을 부끄러

움 없이 염공께 보여드리리.

어찌 흐르는 물을 노래하기를 부끄러워할 것인가.

아, 이 곳처럼 뛰어난 절승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오늘같이 성대한 잔치는 두 번 다시 만나기어려운 일이다.

晋의 王羲之가 명사들과 더불어 주연 베풀고 시를 짓던 蘭亭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진의 石崇이 벌주 삼배를 돌리며 환락을 누리던 梓澤의 金谷園 또한 폐허가 된 지 오래이니, 오늘날 등왁각만한 곳을다시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으랴.

이제, 헤어짐에 있어 이 한 편으이 글을 지어 올리게 됨은, 영광스럽게도, 이 성대한 잔치에 참석하는 은혜를 입은 때문이다.

9월9일 등고의 가절, 오는같이 좋은 날 등왕의 높은 전각에 올라 글을 짓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사람의 다같은 소망이리. 모두 시를 읊으며 즐거움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감히 보잘것없는 성의를 다하여 짧은 글을 짓고, 다시 사운으로 된 칠언 고시 한 수를 보태어, 삼가 이글을 끝맺는다.

?王高??江渚 佩玉???歌舞

??朝?南浦云 珠?暮卷西山雨

 

?云潭影日悠悠 物?星移?度秋

?中帝子今何在 ?外?江空自流

등왕의 높은 누각 아직도 강가에 우뚝한데

옥 소리 말방울 소리 사라진 지 오래고

기녀들의 노래 소리 그친 지 오래이다.

아침이면단청 기둥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

저녁이면 걷어올린 주렴 너머로 서산에 비가 흩뿌린다.

한가로운 구름과 연못의 짙푸른 물빛은 예나 다름없는데

인물이 바뀌고 세월이 변하여 몇 춘추나 흘렀는가.

저 누각에 계시던 천자님의 아드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난간 너머 길게 뻗은 강물만 무심히 흘러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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