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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도경에 궁전(宮殿) 1

관리자 2023.10.07 10:15 조회 수 : 28

궁전(宮殿) 1

 

신(臣)이 우러러 생각하건대 신종황제(神宗皇帝)는 중국의 문물제도를 크게 베풀어[誕敷文敎] 먼 나라까지 감싸 안았다. 그래서 보배를 공물로 바치며 중국[內]으로 향하는 자들이 배를 타고 계속 이르렀다.

 

 그런데 고려에 대해서는 특별히 예우하였으므로, 근시(近侍)를 파견하여 천자의 명대로 그들을 위무하면서 천자의 뜻[睿旨]을 베풀었던 것이다.

신이 방문한 곳에서는 건물 이름이나 치문(鴟吻)같은 지붕 장식물을 멋대로 하였다. 이로부터 천자의 계략이 크고 원대해 조그만 이유[小節] 때문에 오랑캐[蠻夷]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충순(忠順)한 대의(大義)를 기꺼이 여긴다는 것을 알겠다. 거처가 구차한[氈城穹廬] 서하[夏童]와 거란[北虜]은 항상 수초(水草)를 좇아서 또는 기온[溫凉]의 변화에 따라서 옮겨 다니므로 도읍을 애당초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려에서는 옛 기록에 실린 바와 같이 산곡(山谷)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 모자라나마 농업[田業]에 힘을 쏟지만 자급자족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인데, 그들의 풍습은 음식은 아끼되 거처[宮室]를 꾸미는 것은 좋아한다. 그러므로 지금 왕이 머무는 건물에 있어서도 그 구조[堂構]는 둥근 두공에 각진 정수리[圓櫨方頂]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꿩이 나는 듯이 잇달은 용마루는 붉고 푸른 빛으로 장식하였다. 멀리서 보면 깊은 맛이 있으며 숭산(崧山) 등성이에 의지하고 있다. 꾸불꾸불한 길은 울퉁불퉁한데다 고목(古木) 그늘은 서로 겹쳐 있는 것이 마치 높은 산의 사사(祠寺)와 흡사하다. 이제부터 그 모습과 규모[形制]를 그리고 이름도 생략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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