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奉恩行香
매년 2월 보름에 여는 燈燈會의 저녁을 위하여 임금은 하루 전에 개성에 있는 봉은사로 행차하여 고려 태조의 거룩한 眞影에 분향하고 절하는데 그것을 奉恩行香이라고 불린다.
옛날 도읍지인 개성에는 아홉개의 거리가 있는데 넓고 평탄하며 흰 모래가 깔려 있고, 큰 개울 양편 집 사이로 유유히 흘러나오는데, 이날 저녁이 되면 모든 관리들은 각기 크고 작은 비단으로 산을 덮고 모든 軍部도 화려한 비단으로 서로 연결하여 온 거리에 길게 늘어놓으며, 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첩자와 글씨를 쓴 병풍을 좌우에 세워두고, 기생들의 풍악은 다투어 흘러 나오며, 수많은 등불은 하늘까지 이어져 밝음이 마치 대낮 같았다.
임금의 행차가 돌아올 때는 文武 兩部의 기생들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치마를 입고 머리에 花冠을 쓰고 풍악을 울리며 승평문 밖에 까지 나와 임금의 수레를 맞이게 된다.
임금이 환궁할 때는 풍악을 울리고 興禮利賓門 사이에 들어서면 궁전은 적막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니 풍악 소리는 한층 요란하여 마치 허공을 나는 듯하다.
仁宗朝때 궁궐의 정문이 불에 타고 말아, 홍례이빈문에서 임금의 환궁을 알리던 풍악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는데 재건한지 28년에 이르러 준공하고, 그해 연등회 날 저녁에 복구공사의 落成함을 축하하여 풍악을 울리며 문을 들어오시니 임금은 시 한 구절을 읊어,
'이 땅 君臣의 즐거움이 18년 동안을 헛되이 보냈도다.
다행이 나를 보필해 준 신하의 힘으로 인해 내가 취한 것이 다시 과거와 같도다' 하였다.
이 임금의 시를 기록하는 것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기 위함이며 다른 기록도 모두 이와 마찬가지이다.
최자의 보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