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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 곽여는 예종이 동궁에 있을 때 요속이었다. 예종이 즉위하여 그는 벼슬을 버리고 숨으러 갔다.
임금이 명하여 城東 若頭山 한 봉우리를 하사하였더니 별장을 짓고 東山齋라 하였다. 항상 烏紗帽를 쓰고 鶴창의을 입고 궁중에 출입하니 金門羽客이라 하였다.
일찍이 궁중 연회에서 임금이 머리에 꽂는 조화 한 가지를 하사하고 곧 명하여 시를 지어 바치게 하니 그 시에,
누가 붉은 비단을 오려 모란꽂을 만들었나.
꽃 봉우리 활짝 피지 못한 것은
봄 추위를 겁낸 것이로다.
六宮의 紛黛(궁녀를 가리킴)가 서로하는 말이,
무슨 일로 宮話가 道士의 관에 올랐는고.
하였다.
임금이 일찍이 북문으로 나와 환관 수십 명을 거느리고 스스로 宗室列侯라 칭하고 동산재를 찾아갔더니 처사가 마침 성중에 가서 머물고 돌아오지 않았다. 임금이 서너 차례 거닐다 '何處難忘酒'란 시 한편을 지어 친필로 벽에 써 붙이고 돌아오니 당시의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한무제의 白雲謠(한나라의 무제와 서왕모가 서로 만나 지는 노래)와 당태종의 舞鳳體와 飛白體를 실로 겸하였으르로 고금에 없는 것이라 하였다. 그 시에
어느 곳에서 술을 잇기 어려운고,
신선을 찿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네.
서창에 저녘햇살이 밝았는데,
향로에는 남은 재만 있네.
方丈에 지키는 사람 없는, 仙扉는 종일토록 열려 있네
동산 꾀꼬리는 늙은 나무에서 울고 뜰 위에 학은 푸른 이끼에서 잠들었네.
道味를 누구와 함께 말하리, 선생은 가고 돌아오지 아니하네.
깊이 생각하여 감개가 나니, 머리를 돌이키며 거듭 머뭇거리네.
붓을 잡아 시를 써서 벽에다 붙이고, 난간을 더우잡고 臺에서 내려오네.
시흥을 도와 주는 경치는 많고, 부딪치는 곳마다 티끝이 끊어졌네.
더운 기운은 수풀 밑에 멎어지고, 훈훈한 바람은 전각 모퉁이에 들어오네.
이러한 때에 한 잔 없으면, 번거로운 근심을 어찌 씻으리요.
하였다. 뒤에 공이 왕명으로 이 시에 화답하기를,
어느 곳에서 술을 잇기 어려운고., 寶輦이 헛되이 지나갔네.
朱門에서 小宴에에 놀았더니, 단조(방술의 선비 도사가 영약을 만드는 부엌)에는 찬 재가 떨어졌네.
鄕飮은 밤새워 파하고, 성문은 새벽에야 열리도다.
儀杖은 봉래산 길로 돌아가고, 나막신에는 서울의 이끼 묻었네.
나무 밑에서 仙童이 하는 말이, 구름 사이에 옥제가 왔네.
오궁이 적막한데, 용어가 오래도록 배회하였네.
뜻이 있어 이에 붓을 뽑았고 사람 없는데 홀로 臺에 올랐네.
일월을 뵙지 못하였으니, 티끝 세상에 나갔던 것 한스럽네.
머리를 긁으며 階下에 섰다가, 근심을 머금고 바위 모퉁이에 기대네.
이러한 때에 한 잔 없으면, 어찌 寸心을 위로할 것인가
하였다.
파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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