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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냇가에 갔다가 해당화 한 그루가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는 소동파(蘇東坡)가 정혜원

(定惠院)에서 해당화를 읊었던 일이 생각나 드디어 그 운(韻)을 차하다

-다산 정약용

늪지대가 비습하고 몹쓸 나무만 많이 있어 / 澤障地卑多惡木

묵은 길을 거닐자면 외로움을 느끼는데 / 荒徑徘徊念幽獨

이리 이빨 용 발톱이 잡다한 그 한 쪽에 / 狼齒龍爪雜沓邊

한 그루 해당화 향기가 독특하네 / 一樹玫瑰香絶俗

장사치들 저자에 가 어깨 맞대고 야단인데 / 屠沽側肩爭市門

아리따운 옥인은 빈 골짝에 있네그려 / 玉人嬋媛在空谷

진주 파는 가게에는 고기눈깔 원래 많은 법 / 由來魚目滿珠肆

미인을 황금옥에 누가 들게 할 것인가 / 誰遣蛾眉入金屋

서울 사람 기르는 꽃들 도리가 고작인데 / 京城養花皆桃李

썩은 쥐로 배 채우고 고기 먹었다 자랑이지 / 腐鼠充膓誇嗜肉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나온 말임.

매괴를 잘못 알고 해당이라 부르다니 / 錯把玫瑰呼海棠

능석이 까닭없이 오족이 된 셈이지 / 陵舃無端爲烏足

우리 나라에서는 매괴를 해당화라 부름. 오족(烏足)은 《장자(莊子)》에 있는 말임.

화사의 글자 하나 보지도 않고서 / 花史曾無一字窺

더러운 마음으로 깨끗함을 더럽혀서야 / 滓穢生心汚淸淑

예로부터 성현들도 말 많은 것 미워한 것은 / 自古賢聖憎多口

괴롭게도 엉뚱한 헐뜯음을 당했기 때문이야 / 苦遭讒人入左腹

취약한 게 꽃술인데 너만은 꼿꼿하여 / 花心脆弱汝獨貞

굳은 절개 맑은 기상 대나무같이 늠름하고 / 脩節淸標凜如竹

붉은 수염 푸른 가시가 네 몸을 보호하니 / 紅芒綠刺謹防身

나비 벌이 제 감히 눈독을 들일쏜가 / 紫蝶黃蜂敢注目

언제나 두려운 건 놔주지 않을 도끼이지 / 常恐斤斧不相赦

험난한 세상길이 민산 촉도 같으니까 / 世路崎險如岷蜀

야 장하다 고운 바탕에 특이한 향기 갖고 / 吁嗟麗質秉奇芬

잡초 속에서 끝까지 딱 버티고 서있는 너 / 叢矢終然集一鵠

산을 메운 나무꾼들 너를 어찌 알까보냐 / 樵蘇滿山豈識汝

구부러지고 냄새나는 가죽나무나 좋아하지 / 去羨臭樗枝拳曲

꽃 앞에 홀로 서서 꽃과 얘기 나누다보니 / 獨立花前與花語

쓸쓸한 둘의 뜻이 서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 兩意凄然相感觸

 

황주 목사(黃州牧使)가 기생 두 명을 데려오다 목사는 박동량 열지(朴東亮說之)인데, 동방(同榜)으로 장

원(壯元)이다.-교산 허균

해당화 갓 잠들어 술이 한창 얼근한데 / 海棠初睡酒方酣

잎새마다 비단치마 푸른 안개 물들었네 / 葉葉羅裙染翠嵐

떠나려는 사람이 떠나자도 못 떠나니 / 正是離人歸不得

여보 그대 망강남 다시금 불러다오 / 請君重唱望江南

장미꽃 비 어울려 부슬부슬 떨어지고 / 玟瑰和雨落    

한낮이라 가벼운 바람 엷은 옷 뚫고 들어 / 日午輕颸透薄衫

한 가락 비파 타니 잠든 제비 놀라라 / 寶瑟一彈驚睡燕

주렴의 높은 곳에 날아 앉아 지저귀네 / 綉簾高處語呢喃

[주-D001] 망강남(望江南) : 사조(詞調)의 이름. 수 양제(隋煬帝)가 서원(西苑)을 만들고, 연못을 파서 거

기에 용봉가(龍鳳舸)를 띄우고서 망강남곡(望江南曲)을 지었다고 한다.

 

중후소 점사(中後所店舍)에서 해당화(海棠花)를 보고 -이덕무

문창각에 한낮이 되자 다투어 향피우니 / 文昌閣午競燒香

쑥잎으로 비녀를 만들어 꽂은 대족랑일레라 / 艾葉裝  大足娘

지친 나그네 집생각 꿈에서 깨어나니 / 倦客思歸殘夢醒

해당화가 벌겋게 피어 단오를 알려 주네 / 海棠花對作端陽

춘장(春粧)’ -기생 취선(翠仙)

봄 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에 기대니 / 春粧催罷倚焦桐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 / 珠箔輕盈日上紅

밤안개 짙은 끝에 아침 이슬 흠뻑 내려 / 香霧夜多朝露重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눈물 흘리네 / 海棠花泣小墻東

고려(高麗)의 중 선탄(禪坦)의 시에, -청장관전서

명사십리에는 해당화 붉은데 / 明沙十里海棠紅

흰 갈매기 쌍쌍이 성긴 빗속을 나네 / 白鷗兩兩飛疏雨

역로의 해당화 -추강 남효온

울긋불긋 역참 길에 해당화 피었으니 / 丹靑驛路海棠開

가랑비 비낀 바람에 말 내려 구경하네 / 細雨斜風下馬看

주인 없이 늙어가는 붉은 들꽃 애석하여 / 愛惜野紅無主老

나그네가 꺾어다가 말안장에 꽂아보네 / 征衫垂折揷征鞍

 

해당화가 떨어진 지 한 달이 지나 갑자기 한 송이가 피었기에 시를 지어 기이함을 기록하다〔海棠落過

一月忽發一朶作詩記異〕 -동주 이민구

올해는 무더위가 하순까지 이어지고 / 今年徂暑涉終旬

초목의 무성한 꽃들 고요히 자취 감췄는데 / 草木繁華靜四隣

문득 보니 빨갛게 한 송이 피어 / 忽見嬌紅開一朶

정원에서 남은 봄빛을 펼치네 / 欲從庭院殿餘春

옥당의 해당화〔玉堂海棠花〕 -백담 구봉령

한 송이 번화한 꽃 옛 담장에 빛나니 / 一朶繁英耀古垣

올해의 경치 담론할 만하다네 / 今年物色可堪論

누각에 비 내리는데 자면은 그윽한 한을 머금어 / 紫綿閣雨含幽恨

조정 신하 피눈물 흔적으로 다 물들였네 / 儘染廷臣血淚痕

[주-D001] 자면(紫綿) : 해당화의 별칭이다.

해당 동쪽에 야당화가 성대하다〔海棠之東 野棠花比盛〕 -목재 홍여하

붉게 핀 봄꽃 옆에 흰 눈이 쌓였고 / 紅玉春邊白雪堆

야당화가 또 해당화 곁에 피었네 / 野棠還傍海棠開

지팡이 짚고 우중에 찾기 가장 좋고 / 最宜扶杖雨中過

술 들고 달 아래 오기 더욱 마땅하네 / 更合携罇月下來

 

해당화〔詠海棠花〕 -무명자 윤기

붉은 꽃부리 사이로 푸른 잎새 / 紅英間綠葉

봄볕에 절로 빛이 싱그럽네 / 春日自生光

하지만 나비가 찾아오는 걸 싫어해 / 却嫌蝴蝶到

백화의 향기 뿜는 걸 부끄러워하네 / 羞作百花香

한가해서 붓으로 끼적대다〔閑中墨戱〕 -병산 이관명

뉘엿뉘엿 석양빛이 텅 빈 난간에 드는데 / 依依返照入虗欞

향이 다 탄 화로에 불씨만 빛나누나 / 香盡金爐爝火熒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이 적적해서 / 花落鳥啼春寂寂

해당화 그늘에서 난정첩을 베낀다오 / 海棠陰畔寫蘭亭

집으로 돌아와 감흥을 읊다〔四月晦還故園寓興〕 -송암 권호문

해마다 꽃 필 때에 집에 있지 못했는데 / 歲歲花時不在家

올해 봄도 반쯤을 문화산에서 보냈네 / 今春一半又文華

봄 보내며 고향 물색 눈여겨 살펴보고 / 眼看故巷經春物

거친 채마 밭 손수 매만져 늦게 오이를 심었네 / 手理荒園種晩瓜

연잎은 푸른 동전처럼 수면에 첩첩 뜨고 / 荷疊靑錢池面葉

버들 꽃은 흰 담요처럼 언덕에 깔렸네 / 楊鋪白毯岸頭花

해당화 아래로 평상 옮겨 오래 앉았다가 / 移床久坐海棠下

외상술을 마시러 앞마을로 달려가네 / 促向前村呼酒賖

 

해당(海棠) -옥담 이응희

봄이 저물 제 방초를 찾아가니 / 春暮尋芳卉

시냇가에 해당화가 가득하여라 / 溪邊滿海棠

붉은 비단이 새벽비에 젖은 듯 / 紫錦霑曉雨

붉은 꽃잎이 아침 햇살에 비친다 / 紅肉映朝陽

공부는 이 꽃을 읊기 어려웠고 / 工部吟難着

파선은 이 꽃을 상세히 읊었지 / 坡仙詠盡詳

가시가 있다 싫어하지 말라 / 莫嫌芒刺在

노니는 이가 꺾어도 다치지 않네 / 遊客折無傷

 

해당화를 노래하다〔詠海棠〕 -용주 조경

봄꽃은 주명이 있는 줄도 모르고 / 春花不識有朱明

너도나도 동군을 따르며 생사를 맡기네 / 爭逐東君託死生

한 송이 해당화만 이 날에 피어 / 獨也海棠開是日

숲의 나무들과 함께 무성하네 / 與之林木共爲榮

향기 머금은 연한 초록 잎은 돌아온 나비인 양 / 香含軟綠疑歸蝶

이슬 맺힌 고운 붉은 꽃은 취한 성성이 벗긴 듯 / 露浥嬌紅剝醉猩

저절로 초당의 모습 아름답게 만드니 / 坐使草堂顏色好

매화나 버드나무에 비하면 더욱 다정하네 / 比於梅柳更多情

[주-D001] 주명(朱明) : 전설상의 화신(火神) 축융(祝融)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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