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옛 시인들은 만리장성너머
대평원을 곧잘 영원한 황무지로 묘사했다. 그들은 옥관문 너머에는 봄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春風不度玉門關--唐詩人 王之渙의 出塞에서*고 해 그곳에는 늘 모진 추위만이 계속되는 양 그렸다. 그러나 몽고의 변경너머에도 봄은 찿아든다.
흰 때까마귀가 지저기고 목이 길다란 기러기가 이땅을 다시 찿아오면 사람들은 봄이 온것을 알게된다. 삼월이 오면 강변에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갓 돌아온 비둘기와 몽고산 종달새가 나무 꼭대기에 날아와 앉는다. 사막새 들쥐 그리고 노리끼한 털을 덮은 양들도 볼 수 있다. 어디서나 명이 약동한다. 춘분이 되면 넉달동안이나 꽁꽁 얼어 붙었던 황화가 갑자기 풀려 부서진 얼음조각을 싣고 도도히 흐흐기 시작한다. 산더미같이 큰 얼음덩이 침대만한 얼음장 길죽하고 네모난 얼음조각들이 서로 밀고 밀리며 흐르면서 거대한 황토색 물결을 일게 한다. 그속에서는 금빛 잉어가 번득이며 뛰논다. 집집마다 그 해 들어 처음으로 잡은 물고기를 맛볼 때 쯤이면 우뢰와같은 소리를 내며 흐르던 얼음의 분류는 사라진다. 황하는 다시 거울처럼 매끈한 수면을 이룬다. 그위로 가죽을 씌운 평저선들이 떠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여름이 시작되기까지 삼라만상은 큰 변화를 연출한다. 사뭇 매혹적인 오얏꽃과 서리처럼 하얀 배꽃이 만발하고 포도넝쿨이 아무데나 기어오른다. 귀수[歸綏]성곽 꼭대기에 올라 바라볼라치면 대지는 온통 수놓은 누비이불로 덮어 놓은양 그 풍성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현란해진다. 보드라운 버들개지와 굵직한 미루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느룹나무의 꼬투리들이 땅에 떨어져 작은 언덕을 이룬다. 털갈이를 하여 윤기 흐르는 털을 번쩍이는 수천마리의 소,양,약대 그리고 말떼들이 대초원을 누비며 다닌다.
사람들은 감자를 캐어내고 유채 씨앗을 뿌리고 채소를 가꾼다. 들에서 일하는 동안 햇볕은 점점 따가와져 한낮이 가까우면 사람들은 입었던 털잠방이를 벗어젖히고 벌거벗는 등에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일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털옷을 껴입고 있다가 낮에는 베옷으로 바꿔걸치며, 햇살이 옷을 대신해 주니 하늘은 지붕이 되어준다.{早조皮환午아소 태양당의천당와}
소젖,염소젖,물고기 그리고 야채가 풍성해지니 사람들은 가뿐하고 든든한 기분이된다.
한해의 계획은 봄한철에 달려있으니 사람들은 봄에 한껏 일을 해낸다. 이곳 사람들은 :봄의 한순간은 천만금과도 같다.{春日一刻値千金}.;고들한다.
몽고사람들은 나이를 물을때 “몇살입니까;하고 묻지않고 ” 춘추가 몇이십니까?;하고 묻는다.
파란 싹이 돋아나는 것을 몇번이나 보았느냐, 즉 봄을 몇번이나 맞이 했느냐고 묻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도 봄이되어 황하의 얼음이 녹아 흐르면 강 건너에 적의 발을 묶어놓게 되고 무성한 풀이 고향을 지키는 사람을 숨겨주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봄을 예찬해 노래한다.
지난 수십년간 고향을 등지고 살아온 나는 이 먼 남쪽 나라를 방황해 왔다. 그러면서 삼림 지대에 찿아든 잊혀질 수 없는 봄의 아름다움도 봤고 남녘 하늘을 나는 제비때도 보았다. 그러나 봄이 되면 무엇보다도 그 북녘 고향땅의 터져흐르는 강물과 버드나무를 잊을 수 없다. 어디든 제 가고 싶은 데로가는 기러기떼의 끼억끼억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나는 공연한 질투를 느낀다. 바람에 사연을 띄워 바다에나 호소해 볼까/.
이제 남국의 꽃들은 볼 만치 보았고 남방의 느린 말소리도 실컷 들었노라고. 나는 북국의 아들이다.
다시 한번 그초원의 땅을 밟고 그 의연한 산들을 쳐다보고 황하의 강둑에다 내 뼈를 묻고 싶다.
* 자유중국 東海大學 중국문학교수 梁 容 若. 作.
*1990년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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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리장성에도 봄은 오는가? | 관리자 | 2023.10.07 |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