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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령을 넘으며
북설악 한여름에 무슨 잔치가 있었는지
골짝 물마다 얼굴이 벌건 가재들이 어슬렁거리고
벙치매미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비탈이 험한 곳일수록 꼿꼿한 나무들이
그들 말로
오늘은 꽤 지저분한 짐승 하나가
지나간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물소리가 얼른 지우며 간다.
*우리끼리 인간이 아름답네 어쩌네 하지만,저 설악산 같은 데 들거든 그런 말 입밖에 내지도 말자.
얼굴이 벌개지도록 취한 가재가 흙탕물 하나 일으키지 않고, 매미가 곡조도 없는 노래를 쉬지 않고 불러
대도 시끄럽지 않으니, 인간이 그 맑은 경지를 어찌 따르랴. 잔치판을 벌여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그
들이 보면 인간은 퍽이나 '지저분한 짐승들!' 인간이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것이 다행스럽다..윤
재림 시인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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