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를 이끌어 간 정치엘리트가 문과급제자들인 점은 분명하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는 통계적 수치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근거가 박약한 자료를 가지고 양반특권층이 세습했다고 주장하거나 최근 전산화된 과거급제자 명단만을 이용해 어느 성관(성씨와 본관)에서 엘리트층이 배출됐는가를 조사해 통계를 제시하는 데 그쳤어요."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은 약점과 한계를 지녔고, 조선사회가 지닌 신분적 개방성을 크게 왜곡하는 결과를 빚었다. 한 교수의 작업은 초대 왕인 태조부터 마지막 왕인 고종까지 27명의 왕대별로 전체 급제자와 신분이 낮은 급제자 명단을 분류하고, 신분이 낮은 급제자는 어떤 이들인지, 그들은 벼슬이 어디까지 올랐는지 등을 세세히 분석하는 데까지 미쳤다. 이를 위해 전산화된 과거급제자 명단인 <문과방목>과 <씨족원류> <만성대동보> 등의 족보, <조선왕조실록> 등의 자료들을 면밀히 살피고 대비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론은 조선이 양반이라는 특권층이 권력과 부를 세습적으로 독점하고 평민과 노비를 지배했다는 통념과는 다른 사회였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 초기에는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이 전체의 40~50%에 이를 정도로 과거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출세의 사다리'였다는 것이다. 16세기 후반 이후부터 양반의 벼슬 세습이 굳어지는 문벌사회가 되면서 양반ㆍ중인ㆍ평민의 계층구조가 성립하지만 18세기 후반 영정조 때 다시 고른 인재등용과 신분상승 운동으로 양반 신분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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