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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익대부 홍순은
충정공 홍자번의 아들이다. 상서 이순과 일찍이 내기 바둑을 하여 이가 골등품과 서화를 걸었다가 거의 다 잃어버렸다. 그가 몹시 아끼는 家寶인 玄鶴琴을 마지막으로 걸고 내기를 하게 되었다. 홍이 또 다시 내기에 이기니 이는,
"이거문고는 우리 집의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로 거의 200년이나 되었소. 물건이 매우 오래되어 자못 신이 붙어 있다 하니 공은 조심하여 간직해야하오."
라고 말하면서 거문고를 주었다. 이것은 홍이 두려움과 꺼리는 것이 많다는 성질을 알고 농담한 것이다. 그 후 어느 날 밤 날씨가 몹시 추웠으므로 거문고 줄이 얼어 끊어져서 딩댕 소리리가 나자 매우 놀라 갑자기 신이 붙었다던 말이 생각났다. 급히 불을 밝히고 복숭아나무 가지로 마구 두들겼더니 거문고는두들길수록 더욱 소리를 내어 한층 의혹하는 머음이 더해 갔다.
종들을 불러서 서로 지키게 하고 첫새벽에 종 연수더러 거문고를 이씨에게 가져다 주게 하였다. 이는 그가 이른 새벽에 온것이 이상하다 생각하고 또한 거문고에 함부로 두들긴 흔적이 있었으므로 일을 짐작하여 가만히 말하기를 ,
"내가 이 거문고로 인하여 오랫동안 근심하였으며, 여러 번 깨뜨려 버리려고 하였지만 신의 화를 받을까 두려워 깨뜨리지 못하던 차에 다행히 홍공에게 주게 되었는데 어찌 다시 돌려준단 말인가."
하고 거절하며 받지 않았다. 홍은 매우 난처하게 되었으므로 내기에서 얻었던 서화와 골등품 따위까지 모두 거문고에 곁들여 보내니 이가 마지못한 체하고 받았다. 홍은 그것도 모르고 거문고를 돌려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였다.
역옹패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