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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의 병폐라는
나는 일찍이 시문 짓는 격식론을 본 적이 있는데 平頭. 上尾. 蜂腰. 鶴膝 大運. 小韻. 正紐. 旁紐 등의 여덟 가지 평폐는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의 한가한 이야기이다.
어제 어느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옛날 어떤 金나라 사신이 와서 여관에 묵었는데 여관 뒤에 오이꽃이 한창인 것을 보고 사신이 말하기를 '오이꽃이 천만송이나 피었구나'라고 하고 접반사를 돌아보며 빨리 화답하는 구절을 맞추라고 재촉하니 이에 그가 말하기를 '냉이의 잎은 두셋이 피었구나' 하니 사신이 웃으면서 대꾸하지도 않았다. 이 때 어느 한 胥吏가 나서며며 할하기를 '버드나무 한 쌍이 드러웠구나' 고 말하였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버들과 나무 두 글자는 비록 운은 같지 않더라도 소리가 서로 가까워 대응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하였다.
이에 접반사가 곧 이르기를 '그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요, 다만 명협이란 뜻을 '蓂'을 莢으로 고치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하니 사신은 그제야 매우 기뻐하였다."
이것이 시문에 있어서 소위 소운의 병폐라는 것이며, 金나라의 사신은 그병페를 범하였고, 접반사는 비록 대구를 맞추지 못하였지만 재주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대답을 잘못하였기 때문이다.
----------------- 최자의 보한집에서
명협----중국 요임금 때 났었다는 전설상의 상서로운 풀.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하루에 한 잎씩 났다가, 열엿새부터 그믐까지 하루에 한 잎씩 떨어지고, 작은달에는 마지막 한 잎이 시들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았다 하여, 달력 풀 또는 책력 풀이라고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