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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시 500언을 읊다 9월이다.〔菊詩五百言 九月〕
나는 국화를 유난히 사랑하기에 / 我菊偏相愛
봄에 나온 싹도 구경할 만하다오 / 春苗尙可探
가지는 죽죽 뻗고 줄기만 자줏빛인데 / 枝延莖獨紫
잎은 보드랍고 내음은 모두 향기롭네 / 葉嫩臭俱馣
이것이 곧 국화를 계승할 정통이요 / 卽此傳宗嗣
그 나머지는 자남으로 간주하노라 / 其餘視子男
묵은 곳 싫어하여 번민에 젖었다가 / 惡陳成鬱結
건조한 곳 좋아하여 동남쪽을 향했네 / 喜燥向東南
비옥한 땅 깊이깊이 파서 심었다가 / 膏潤深深掘
아름다운 옥 같은 꽃잎을 낱낱이 따리라 / 瓊瑤箇箇撏
뿌리는 나뉘어 딴 항아리를 겸하고 / 根分兼別盎
종류가 섞이어 감실을 함께하기도 하네 / 類雜或同龕
줄기를 접붙임은 사물 변화의 극치거니와 / 接幹盡物變
가지를 꺾으면 덕화가 널리 퍼짐을 보겠네 / 折條觀化覃
북돋울 땐 비옥한 흙을 체로 걸러야 하고 / 封須篩沃壤
물을 줄 땐 텁텁한 쌀뜨물을 걸러서 줘야지 / 澆必漉肥泔
오랜 장마엔 검은 반점이 생겨서 걱정이요 / 久霔愁黳腐
오랜 가뭄엔 벌겋게 타는 게 염려로다 / 恒暘恐赤燣
거미줄 걷어 내고 갈거미를 잡아 없애고 / 毁絲捕蟢蝃
갉아먹은 잎 떼 내고 명충과 누에를 저주하고 / 除蝕呪螟蠶
갈대와 대를 꽂아 곁에서 모시게 하고 / 揷葦筠旁侍
솔과 잣나무를 심어 아래로 덮어 주게 하였네 / 栽松柏下弇
일찍 충만해지면 빛은 드러나지 않거니와 / 早充光不着
쌓인 게 많으면 덕은 더욱 두터워지네 / 多積德尤含
세월이 흘러흘러 백제가 거둥을 하고 / 冉冉白帝御
뒤이어 재빨리 청녀가 달려오면 / 駸駸靑女驂
뭇 꽃들이 쓸어버린 듯 없어지거니 / 群芳渾似掃
외로운 국화의 자질 또한 어찌 견딜쏜가 / 孤質且何堪
기가 한창 성한 시기는 구월이고요 / 氣盛行當九
꽃이 나오는 때는 구월 구일인데 / 華生數借三
둥근 모양은 하늘을 표준으로 삼았고 / 圓模天與准
노란 빛깔은 흙빛의 순색과 똑같도다 / 純色土相參
수월 같은 깨끗한 정신은 무리에 뛰어나고 / 水月精神逈
빙상 같은 격조는 깊고도 크구려 / 氷霜格力譚
꼭지는 가볍고 파란 밀랍을 뭉쳐 놓은 듯 / 蔕團輕碧蠟
꽃술은 가늘고 노란 못을 박아 놓은 듯 / 蘂椓細黃鐕
담박한 자태는 더욱 존중스럽거니와 / 澹泊彌尊重
평화론 모습은 절로 성정을 함양한 듯하네 / 沖和自泳涵
희고 붉은 빛깔을 어찌 물리칠쏜가 / 素赬那擯屛
깊고 옅은 빛깔도 다 포함하였도다 / 深淺亦包函
뒤에 피는 매화와 혜초는 사랑스럽지만 / 後發憐梅蕙
먼저 시드는 귤감은 하찮게 여기노라 / 先零少橘柑
가을 벌도 시끄러이 날아올 줄 알거니와 / 蜂寒猶解鬧
가을 나비는 잠깐 국화를 탐한 듯도 하네 / 蝶冷乍疑貪
호방한 자태는 아침 이슬을 머금었고 / 浩態凝朝露
맹렬한 향기는 저녁 남기 속에 흩어지누나 / 狂香散晩嵐
멀리서 떠온 금액을 손으로 받쳐 들고 / 掌承金液泂
맑은 옥진 위에 술잔을 띄워 마시어라 / 觴泛玉津淡
씹어 먹으니 맛은 평담하여 독성이 없고 / 嚼破平無毒
씹은 찌꺼기는 정히 단맛이 나는구나 / 咀殘正得甘
정히 신선이 복용해야 할 선약인데 / 定爲仙子餌
어찌 속인이 즐기도록 허락할 수 있으랴 / 寧許俗人妉
성질은 산정 백출과 서로 배합되고 / 性配山精
문류는 국로 감초와 똑같기에 / 門同國老苷
부귀한 이들은 모두 귀히 여기거니와 / 暄炎皆有貴
곤궁한 이들도 다 당당히 복용한다오 / 辛苦各無慙
꽃을 따는 데 어찌 일정한 법칙이 있으랴 / 採得何常法
시기의 적절함은 스스로 아는 바이라네 / 時宜所自諳
흩어 놓은 돈닢이 새벽 그물에 걸려 있는 듯 / 攤錢縈曉網
잘라 놓은 벽옥들이 마른 바구니에 수북한 듯 / 截璧凸晴籃
식지가 동하여라 웅장의 맛과 겨루듯 하고 / 動指爭熊掌
기름이 전도되어 호시탐탐 노린 듯도 하노니 / 顚頤似虎眈
국화로 밀전병을 부치면 제법 맛남을 느끼고 / 麪熬才覺嗜
잎으로 고깃국을 끓이면 식탐을 더 부추기지 / 羹臛轉傷婪
부황 든 데에는 참으로 위로가 되지만 / 顑頷眞能慰
악성 종양은 다스리지 못한다오 / 疔瘡不足戡
햇볕을 피해 높이 달아매서 음건하여 / 懸乾避日曝
곱게 찧어 그 분말을 물에 넣어 끓여서 / 搗粉點湯燂
마시면 어질어질한 두풍을 주로 치유하고 / 主療風頭眩
가슴 결리는 습담도 겸하여 치유한다오 / 兼治水膈痰
장을 편안케 하여 혈맥을 잘 유통시키고 / 安腸利血脈
열을 제거하여 애타는 걱정도 해소해 주네 / 祛熱解憂惔
달인 꿀로 환을 지어서 복용하기도 하고 / 鍊蜜丸當嚥
맑은 진국술에 담가서 즐겨 마시기도 하지 / 澄醇浸更酖
더구나 도령의 밭에서 차조를 수확하고 / 況收陶令畝
인하여 역인의 국화수까지 떠 마심에랴 / 仍挹酈人潭
나는 늘 빚는 술 마시는 것만도 좋거니 / 只好依常醞
반쯤 거나히 즐기기야 어찌 어려우리오 / 何妨倚半酣
아 시절은 하 빠르게 흘러가고 / 吁嗟時易逝
게다가 전염병도 한창 더해 가더니 / 又復癘方餤
이젠 하늘이 억조창생을 슬피 여겨 돌보사 / 天意回哀眷
마을마다 맑은 쪽빛 하늘이 둘리었으니 / 村籬遍蔚藍
오만 백성이 담복 숲으로 들어가고 / 蒸黎入薝蔔
인간 세계에 우담발화가 나타나거든 / 世界現優曇
상서로운 채색 놀이 바다처럼 넓게 뜨고 / 瑞彩浮如海
신령스런 자태를 베어 등에 멜 만하리니 / 靈姿刈可擔
이것을 패물로 삼아 성하게 꾸미고 / 繽紛其繼佩
여러 가지 꽃을 섞어서 머리에도 꽂으리 / 雜糅以爲篸
빛나는 꽃 갓끈 삼아 테두리에 붙여 드리우고 / 燦燦緌承武
화려한 꽃 귀막이 옥으로 삼아 귀를 가리우고 / 煌煌瑱屬耽
이것을 머리로 베면 흐린 눈이 환해질 게고 / 枕之披翳瞙
이것을 복용하면 능히 청담을 토로할 게고 / 呑乃發淸談
썩은 뼈에서 붉은 살도 돋아날 게고 / 朽骨生丹肉
노쇠한 백발이 검은 머리로 변화하여 / 衰顱變黑毿
요절하는 이 없이 만년 장수를 누리어 / 萬年無夭扎
온 나라가 모두 팽담처럼 장수를 누리리니 / 一國盡彭聃
부모님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안정되시고 / 父母安而順
형제들은 화락하고도 즐거우리라 / 弟兄樂且湛
이 쫓겨난 신하야 죽어도 만족하거니 / 孤臣死亦足
오두막집 사립 닫고 단정히 앉았노라 / 端坐閉茅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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