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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海棠) -서거정

관리자 2023.10.04 14:50 조회 수 : 36

 

해당(海棠) -서거정

 

하룻밤 갠 바람에 해당나무 간들거리더니 / 一夜光風嫋海棠

꽃 활짝 피어 묵묵히 궁장을 기대 서 있네 / 花開脈脈倚宮墻

햇볕 날 땐 기력 시들어 봄잠에 빠졌다가 / 日烘氣力饒春睡

비 오자 정신 차려 일어나 늦단장을 하누나 / 雨借精神起晩粧

화려함에 관심 둠은 도시 흥미일 뿐이요 / 濃艶關心都是味

풍류만을 즐기거니 향기는 바랄 것 없네 / 風流適意不須香

두릉은 참으로 해당에 대한 정회가 없어 / 杜陵可是無情思

소선에게 남겨주어 발양하게 했던 것일까 / 留與蘇仙爲發揚

해당(海棠)을 경순(景醇)의 집에서 옮겨다가 우리 정원에 심은지 7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꽃이 피었으

므로, 느낌이 있어 짓다. -서거정

고생스레 옮겨온 뜻은 꽃을 보기 위함인데 / 辛苦移來爲見花

칠 년 만에야 보게 되니 그 기쁨이 어떠하랴 / 七年始見喜如何

나무 높이는 어렴풋이 팔구 척이나 되는데 / 依稀高樹八九尺

화려한 꽃은 띄엄띄엄 두서너 봉오리로다 / 點綴繁英三兩窠

산들산들 맑은 바람은 별원 깊이 불어오고 / 嫋嫋光風深別院

긴긴 붉은 햇살은 갠 모래톱에 따뜻하구나 / 遲遲紅日暖晴沙

고인이 애교 어린 꽃 모양을 잘 말했어라 / 古人解說嬌嬈處

필 듯 말 듯할 때 바로 그 자태가 제일이지 / 開未開時態政多

 

국속(國俗)에 매괴(玫瑰)를 해당(海棠)이라 하는데, 내가 일찍이 화보(花譜)를 상고해본 결과, 경순(景

醇)의 집에서 옮겨온 것이 바로 진짜인 듯하다. 그러나 또한 진짜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인하여 앞의 운

에 화답하다. -서거정

 

매괴가 해당화란 이름을 훔친 때문에 / 玫瑰名竊海棠花

육안들 말도 많아라 너를 어찌할거나 / 肉眼紛紛奈汝何

일 좋아한 내 일찍이 옛 화보를 찾아보고 / 好事我曾尋舊譜

옮겨 심어 새 꽃송이를 지금 보게 되었네 / 移根今見綻新窠

연지를 막 바른 채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 臙脂初着迎朝旭

꽃잎은 흩날려 저녁 모래톱에 내리누나 / 香玉飄殘點晩沙

향기 없어 오한을 더한다고 말들을 마소 / 莫說無香添五恨

온종일 보고 또 보아 실컷 완상하는 걸 / 看看終日賞心多

[주-D001] 매괴(玫瑰) : 장미과(薔薇科)에 속하는 화목(花木)의 이름이다.

[주-D002] 오한(五恨) : 다섯 가지 한이란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 자세하지 않다.

낙민 주)다섯 가지를 한(恨)한다는 것은 송(宋) 나라 팽연재(彭淵材)가 일찍이 말하기를 “내 다섯 가지

한스러운 것이 있으니, 첫째는 준치의 가시가 많은 것이요, 둘째는 감귤이 신맛을 띤 것이요, 셋째는

순채의 성질이 냉한 것이요, 넷째는 해당화의 향기가 없는 것이요, 다섯째는 증자고가 시를 잘하지 못

한 것이다.〔有五恨 一鰣魚多骨 二金橘帶酸 三蓴菜性冷 四海棠無香 五曾子固不能詩〕”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절구(絶句) -서거정

갠 바람에 해당화 향기는 은은히 풍기고 / 光風香嫋海棠花

작은 비에 연못엔 푸른 물결이 이는구나 / 小雨池塘生綠波

기나긴 날 짙은 그늘에 인적은 고요한데 / 遲日濃陰人寂寂

조는 오리 한 쌍만 백사장을 차지하였네 / 一雙睡鴨占晴沙

춘일(春日)에 관동(關東)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내다 -서거정

해당화는 한창 곱디곱게 피었고 / 海棠花正好

강 버들개지는 막 미친 듯 날리는데 / 江柳絮初狂

관 밖으로 가는 사람 송별하고는 / 送別去關外

생각하노라니 봄 낮은 길기만 하네 / 相思春晝長

삼척 태수(三陟太守) 황 동년(黃同年) 윤원(允元) 에게 부치다

죽서루 아래는 물이 맑고도 깊을 테고 / 竹西樓下水澄涵

해당화는 두루 피어 한창 화려하겠네 / 開遍海棠紅正酣

태수의 풍류는 바로 산간의 후신인데/ 太守風流山簡後

멀리 생각만 하면서 삼 년이 지났네그려 / 相思渺渺歲更三

[주-D001] 태수(太守)의 …… 후신(後身)인데 : 산간(山簡)은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술을 매우 좋아했는

데, 일찍이 양양 태수(襄陽太守)로 있을 적에 현산(峴山) 아래 위치한 습씨(習氏)의 양어지(養魚池)의 경

치가 좋아서 매일 그곳에 나가 온종일 술을 마시고 곤드레가 되어 돌아오곤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

여 풍류가 뛰어난 태수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아동들이 산간을 두고 노래하기를, “산공이 어

디로 나가는가 하면, 저 고양지로 나가는구나. 석양엔 수레에 거꾸러져 돌아와 곤드레가 되어 아무 것

도 모른다네. 때로는 말을 탈 수도 있지만, 백접리를 거꾸로 쓰고 온다네.〔山公出何許 往至高陽池 日夕

倒載歸 酩酊無所知 時時能騎馬 倒著白接䍦〕”라고 했다 한다. 《晉書 卷43 山濤傳 山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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