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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暮春〕 -지봉 이수광
봄 내내 겹문 닫아걸고 가만히 앉았으니 / 一春端坐掩重門
정원 구석 푸른 이끼는 밟힌 흔적도 없네 / 庭畔靑苔屐未痕
매화나무 벌써 꽃 피어 꽃엔 열매 맺히고 / 梅已著花花著子
대나무 막 순이 돋아 순엔 손이 생겼네 / 竹初生筍筍生孫
두발의 세월 흔적 놀라움도 익숙해지고 / 頭邊歲月驚心慣
책상 위 시서는 졸린 눈으로 뒤적이네 / 案上詩書帶睡翻
쓸쓸도 하지 향그런 봄 쉬이 지는데 / 惆悵芳菲看易歇
저녁바람은 해당화의 넋을 불러오네 / 晩風吹返海棠魂
[주-D001] 해당화의 넋 : 《어정패문재광군방보(御定佩文齋廣群芳譜)》 권36 〈화보(花譜) 해당(海棠)〉에“ 명황(明皇)이 침향정(沈香亭)에 올라 태진비(太眞妃)를 불렀는데, 이때 태진은 새벽까지 취해 깨지 못하였다. 고역사(高力士)에게 명하여 시동(侍童)을 시켜 부축해 이르게 하니, 태진은 화장도 지우지 않은 취한 얼굴에 흐트러진 머리에는 비녀를 비스듬히 꽂은 채 재배(再拜)도 못하였다. 명황이 웃으며 이르기를 ‘어찌 비가 취한 것이겠는가. 단지 해당이 잠이 부족해서일 뿐이지.[豈妃子醉? 直海棠睡未足耳.]’
하였다.” 또 《옥산박고(玉山璞稿)》에 실린 〈진랑묘(眞娘墓)〉라는 시에는 “어디가 진랑의 무덤인가, 구름에 깎아지른 돌부리 묻혔구나. 밤 깊어 비바람 몰아치니, 누가 해당화의 넋을 부르는가.[何處眞娘墓?
雲埋斷石根. 夜深風雨急, 誰喚海棠魂?]” 하였다. 곧 일반적으로 양귀비(楊貴妃)의 넋을 의미하는 말인데,여기서는 단순히 해당화의 향기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부임하는 강원 감사를 전송하며〔送江原監司赴任〕 -지봉 이수광
승경일랑 우리나라 최고인 지역이니 / 形勝吾東第一區
그곳은 정말이지 열선의 고장일세 / 此中眞箇列仙都
금강이 봉도가 아닌 것 못 믿겠고 / 金剛未信非蓬島
경포는 아마도 감호인 듯하구나 / 鏡浦還疑是鑑湖
갈매기 너머 해당은 봄비에 촉촉하고 / 鷗外海棠春雨濕
백학 주변 운수는 석양에 외로워라 / 鶴邊雲樹夕陽孤
공께서 임기 차서 돌아오는 날 되면 / 待公官滿歸來日
강과 산을 끌어다 내게 전해 주실는지 / 肯挈河山屬我無
관동을 안찰하러 나가는 박자룡을 전송하며 계묘년(1603, 선조36)
〔送朴子龍出按關東 癸卯〕 -지봉 이수광
그대는 선골이라 신선과 연분 있으니 / 知君仙骨仍仙分
선구를 관할하는 건 숙연이라 하겠네 / 管得仙區是宿緣
경포의 봄 물결에 봉래산에 뜬 달이요 / 鏡浦春波蓬島月
명사의 저녁 비에 해당화 핀 하늘이라 / 鳴沙晩雨海棠天
강역 구획해주는 대령이 동서북으로 있고 / 提封大嶺東西北
형승 빼어난 영봉이 일만 이천이로다 / 形勝靈峯萬二千
정사 이루어져 엄한 소명 급히 내리면 / 應待政成嚴召急
돌아와 다시 옥황 앞에서 절하리라 / 歸來還拜玉皇前
[주-D001] 박자룡(朴子龍) : 박동량(朴東亮, 1569~1635)으로,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자룡, 호는 기재
(寄齋)ㆍ오창(梧窓)ㆍ봉주(鳳州),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주-D002] 그대는 …… 하겠네 : 관동 지방이 예로부터 풍광이 뛰어나 선경(仙境)으로 불렸기에 관동 관
찰사를 신선에 많이 비유하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경포(鏡浦)의 …… 하늘이라 : 강원도의 절경을 읊은 것이다. ‘봉래산(蓬萊山)’은 금강산의 별
칭이며, ‘명사(鳴沙)’는 모래 색이 눈 같이 희고 인마가 지날 때면 부딪쳐서 쇳소리처럼 쟁쟁(錚錚)대는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대체로 영동 지방이 모두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간성(奸城)과 고
성(高城)에 제일 많다고 한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 45권 강원도 간성군》
[주-D004] 정사 …… 절하리라 : ‘옥황(玉皇)’은 성상을 비유한 것으로, 곧 정사가 시행되어 내직으로 불
러들이면 성상에게 사은숙배하리란 의미이다.
산정에서 –지봉 이수광
작은 누각에 티끌 없어 한층 더 맑은 낮 / 小閣無塵午更淸
해당화 저편에서 선선한 기운이 생기누나 / 海棠花外嫩涼生
저물녘에는 난간 모퉁이에 잠시 기대어 / 晩來偸倚闌干曲
비 뒤의 꾀꼬리 소리를 끝까지 듣노매라 / 聽盡流鶯雨後聲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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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우연히 시냇가에 갔다가 해당화 한 그루가 | 관리자 | 2023.10.04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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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송 안변부사 박시행 부임(送安邊府使朴始行赴任) -홍귀달(洪貴達) | 관리자 | 2023.10.04 | 25 |